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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차상숙심리이야기
부산가족심리상담 , '지나치게 경쟁적인 아이들'` 본문
지나치게 경쟁적인 아이들
글.박노해(마음)
너무 소극적이고 주눅 든 자녀를 둔 부모라면 "우리 아이가 너무 경쟁적이에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부러운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쟁에 지나치게 민감한 아이들은 작은 일에서도 밀린다 싶으면 금세 짜증을 내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더 심하면 경쟁할 일이 아닌 것에도 화를 내고 집착하는 행동을 보이는데, 예를 들면 친구 부모의 직업이 자기 아빠의 직업보다 좋다고 비교하거나, 친구 집이 자기 집보다 평수가 넓다고 불만을 갖거나 하는 것은 아이답지 않은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아이의 태도는 부모가 평소에 열등감이 심하여 자녀가 보는 앞에서 남과 자신을 비교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결국 부모가 자녀에게 열등감을 심어주고 경쟁에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축구에 집착하는 태연이
경쟁에 길들여진 태연이의 예를 들어보자. 태연이는 축구를 좋아한다. 늘 축구하는 것이 생활이다. 포지션(position)은 공격수인데, 마치 고기를 두고 싸우는 승냥이처럼 공에 집착한다. 태연이의 경쟁심은 어떤 면에선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쟁심은 축구에만 그치지 않고 모든 생활에 영향을 준다. 축구나 공부 등 소소한 일부터 중요한 일까지, 뭐든 경쟁관계에 놓이게 되면 긴장하여 굳어지는 표정이 역력하다.
경쟁에 대한 본질적인 점을 논하자면 경쟁은 모든 생물에게 있어 생존하기 위한 본능적인 기재이다. 유아기에 동생이 태어났을 때 큰 아이가 동생을 시기하고 아우타기 하는 것도 생존에 대한 불안감에서 출발하는 본질적인 문제다. 아동기에 부모의 양육태도가 형제자매관계에서 지나친 경쟁심을 유발시킬 때 자녀는 경쟁에 민감한 성격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태연이의 경우가 그렇다. 태연이는 어려서 부모의 관심을 한껏 받고 성장하였다. 뿐만 아니라 선생님, 유치원선생님, 친인척 어른들과의 관계에서도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였다. 둘 이상 모인 자리에서는 자신이 관심을 받아야 하기에 밀리지 않으려 긴장하게 되고, 밀린다 싶으면 자신도 모르게 질투심이 들어 분개하곤 하였다.
한번은 태연이가 축구경기를 하던 중 친구를 때리는 일이 있었다. 태연이가 공을 몰고 힘차게 골대로 향하는데 상대편 친구가 방어하는 바람에 아쉽게 노골이 된 것이다. 이 상황에 대해 울분을 참지 못한 태연은 친구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통해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태연이의 이러한 행동은 인정받기 위한 욕구가 너무 커, 지나친 좌절감이 유발되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태연이의 경쟁심을 유발한 근본적인 대상은 아버지이다. 태연이 아버지는 매우 성실하고 적극적이며 책임감 강한 남자다. 그는 성취 지향적이고 도전적이라 외면적으론 매우 긍정적으로 비춰지지만 내면 깊이 열등감이 내재되어 있다. 태연이 할아버지는 태연이 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장애가 있으셨다. 그로인해 태연이 아버지는 친구들에 비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친구들이 여유롭게 가족여행을 갈 때, 그는 그런 친구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어린 시절 결심한 것이 하나 있는데 '난 절대 아버지처럼 가난하게 살지 않겠다.'이다. 그는 초등시절부터 경쟁적이었다. 그래서 공부도 상위권이고 늘 앞서가는 듯하였다. 그러나 중학교에 입학하며 그의 자존감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웠는지 좌절하고 말았다. 부모의 정서적인 결핍감으로부터 시작된 그의 경쟁심은 좌절을 딛고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는지 모른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들인 태연이가 또래에게 조금만 밀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경쟁심을 자극하는 대화를 주로 하였다. 결국 태연이가 아버지의 사랑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에 아버지에게 느낀 불만이 친구들에게 투사되게 된 것이다.
헛구역질하는 미연이
미연이는 고3 수험생이다. 고1부터 미연이는 공부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특히 시험을 앞두면 이만저만 불안한 것이 아니다. 미연이가 공부에 집착하게 된 것은 언니와의 경쟁적인 관계에서 비롯되었다. 미연이와 언니의 나이 차는 5살이다. 미연이가 태어날 때 언니는 5세로 가족의 중심이었고, 특히 머리가 영특하여 가족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언니는 초등학교 입학 후 반장과 일등자리를 내준 일이 없었고 중학교에 가서도 늘 상위권을 유지하였다. 대학까지도 일류대학에 최고의 학과를 골라 입학하였다. 미연이는 언니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미연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도 "아. 니가 ○○ 동생 미연이구나! 언니처럼 공부 잘해라."와 같은 말을 들으며 항상 두 번째 신세를 면하기 어려웠다. 미연이는 억울하고 짜증스러웠지만 언니는 성격도 유순하고 친구관계도 두루두루 좋아 어디 하나 빠지는 데가 없었기에 불만을 토로해본들 자신만 못되고 이상한 아이로 취급받기 일쑤였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미연이는 극도로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언니가 서울에 있는 일류대학에 갔기 때문에 그 이상은 아니라도 적어도 서울에 있는 대학은 가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기 시작하였다. 모의고사 결과는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중간고사에서는 예상과 달리 점수가 너무 낮게 나오자 미연이는 불안하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미연이는 공부하기 위해 책상에만 앉으면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하였다. 곧 수능시험을 봐야하는 미연이에게 헛구역질은 더욱 불안감을 유발하여 노이로제 그 자체였다.
미연이 부모는 교육자 집안이다. 아버지는 교수로 재직 중이고 어머니는 학교선생님이다. 어려서부터 가족분위기는 늘 차분했고 책을 읽는 것이 생활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미연이 자신도 공부를 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고, 못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미연이가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반에서 5등 안에 드는 우수한 성적이었지만 전교 1등자리를 내 준적이 없는 언니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이러한 환경적인 압력과 심리적인 부담감이 미연이에게 수능에 대한 부담감을 유발했고 결국 헛구역질이란 신체적인 증상으로 발전한 것이다.
열등감에 시달리는 김진우씨
경쟁으로부터의 좌절은 열등감을 유발한다. 이러한 열등감은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위축되어 결국 자신감을 상실하게 한다. 경쟁에서 이긴다는 것은 우성에 속한다는 뜻이며 생존할 가능성을 높게 한다. 결국 경쟁의 근본적인 의미는 생존에 대한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김진우씨는 성취 지향적이고 도전적이다. 그는 매사에 적극적이고 성실하여 새벽 5시면 일어나 일찍부터 그날 일을 준비하고 계획한다. 이렇게 보면 김진우씨는 매우 성실한 사람이라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그는 강박적으로 실수에 예민하고 인사와 승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악착같은 특징을 보인다. 큰아들이 친구들과 놀 때 자기주장을 못하고 자기 몫을 못 챙기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야단을 치고 엄격하게 대한다. 김진우씨의 이러한 태도를 '투사(projection)'라고 한다. 자신에 대한 내면의 감정을 부정하는 대신 타인, 즉 자녀를 보며 자녀의 태도를 부정적으로 느끼고 이를 지적하는 것을 뜻한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부모가 열등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러한 열등감을 드러내며 인정하고 수용하는 부모가 얼마나 되겠는가?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부족한 치부를 숨기고 싶고 드러나지 않게끔 자신의 외면을 포장하려 한다. 이러한 포장이 열등감과 경쟁심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부모가 열등감이 심하고 경쟁에 예민한 경우, 자신의 열등감은 부정하면서도 자녀가 유능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자녀를 다그치게 되고, 결국 자녀에게 상처를 남기게 된다. 자녀가 경쟁적인 아이가 되어 악착같은 행동을 보일 때 비로소 부모는 만족할지 모르지만, 이미 그 아이 마음속엔 열등감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조금씩의 열등감이야 없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지나친 열등감이 내면화된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대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늘 비교와 평가에 의해서 부족한 것만을 크게 느끼기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진다. 늘 부족감에 시달리며 경쟁에서 밀렸을 땐 분노감에 휩싸인다. 이런 삶은 결국 자기 스스로를 파괴하고 황폐하게 하기 때문에 만족이나 행복을 누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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