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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차상숙심리이야기
부산청소년상담 , '자녀사랑 넘치면 부족하만 못하다.' 본문
자녀사랑 넘치면 부족하만 못하다.
글.박노해(마음)
신학기가 되면 아이들의 적응문제로 부모와 교사가 무척이나 신경을 쓰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아동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결핍된 아동과 과잉 충족된 아동이다.
예를 들어 화초를 키운다고 가정해보자. 귀찮고 불편해서 내가 주고 싶을 때 물을 주고, 그 외에는 전혀 물을 주지 않을 때가 많다고 하면 뿌리가 말라서 죽을 것이다. 반대로 너무 예쁘다고 적절성을 따지지 않고 주고 싶다고 매일 물을 준다면 아마 뿌리는 섞어 버릴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동들에게도 부모가 줄 수 있을 때만 관심을 가져주고 줄 수 없을 때는 나몰라 한다면 아동은 사람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가지고 사람과의 교류를 단절하는 인간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그와 반대로 부모가 불필요하게 모든 것에 간섭하고 통제한다면 아동은 기본적인 자율성과 책임감을 기르지 못하고 늘 의존적이고 불안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결국 결핍된 아동도 과잉 충족된 아동도 안정되고 신뢰로운 인간관계를 맺기가 어렵고 그로 인해 사회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결핍된 아동만 문제가 되고 사랑을 많이 받은 아동 즉, 과잉 충족된 아동은 오히려 잘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과잉 충족된 아동은 배려가 부족하고 자기중심적이며 고집이 매우 세다. 또 나서야할 경우에는 자신감 부족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면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니, 자신감이 넘쳐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사랑을 충분히 받은 아동이 아니라, 필요치 않은 사랑을 과잉되게 받음으로써 자율적인 경험을 통한 조절과 인내를 학습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특히 맞벌이 부모는 자녀를 돌봐주지 못하는 죄책감 때문에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면서 자기위안을 삼기도 한다.
과잉 충족된 아동은 집에서 군림하거나 항상 내가 중심이 되는 상황을 많이 경험한다. 어린이집이나 학교라는 상황에서 자기가 중심이 되지 않거나 대접받지 못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고 오히려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자신이 잘하는 것만 하려고 하고 못하는것은 거부함으로써 자존심을 지키려 한다. 낯선 상황을 받아들이고 극복하기 보다는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문제해결에는 매우 소극적이 된다. 답답한 부모는 아이가 약하고 상처를 쉽게 받으니, 더 배려하고 맞춰주다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것이다.
아동은 성장해갈수록 사회성이 부족한 특징을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 부모는 공부만 잘하면 아이는 제대로 잘 성장하고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과잉 충족된 아동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보인다. 성적이 떨어지면서 학교 등교를 거부하고 무기력해질 뿐 아니라,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관심이 적절한 것일까? 먼저, 아이는 30개월까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모든 면에서 미숙하고 스스로를 방어하거나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미약하기 때문에 부모나 환경이 안정적이어야만 아동은 기본적인 안정감과 신뢰감을 획득하여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는 아이가 된다. 그런데 간혹 ‘아이는 어릴 때 잡지 못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너무 이른 시기에 불필요한 좌절이나 통제를 겪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는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자제되어야 한다.
만2세 이후부터는 적절한 좌절이 필요한 시기이다. 욕구를 지연시키거나 힘들어도 참아야 하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시기이다. 적절한 좌절이란 ‘예방주사’처럼 아동이 사회로 나아갔을 때 겪게 되는 좌절에 대한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이런 연습이 되어 있지 않으면 아이는 더 큰 좌절감과 낭패감을 느끼고 적응에 대한 두려움과 무기력함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즉, 아동의 발달시기에 맞게 해주어야 하는 것과 감당해야 하는 것들을 구분해서 아이를 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시기임에도 부모가 안타까워서, 귀찮아서 늘 해주고 간섭하다가 어느 순간 ‘다른 아이들은 다 하는데 왜 너는 못해’ ‘이제 네가 다 알아서 해 엄마는 모르겠어.’라는 말을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마 아동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신이 조절하지 않아도 조절되는 환경 속에 살다가 황량한 사막에 내던져진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러니 과잉 충족된 아동은 어느 순간에는 황량한 사막에 내던져진 듯한 ‘과잉 결핍’된 순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부모 입장에서는 ‘너에게 해줄 것은 다 해주었다. 뭐가 부족해서 그러느냐’라고 섭섭해 할 것이고 아동은 아동대로 배신감과 좌절감 속에서 서로를 원망하는 부모-자녀관계가 되어 버릴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가 주고 싶다고 주고 줄 수 없다고 안주는 사랑이 아니라 아이가 필요로 할 때 아이가 필요로 하는 사랑과 관심을 주는 부모가 되어야 하겠다. 즉, 사랑을 줘야 할 때와 기다려야 할 때를 잘 구분해서 사랑하는 내 자녀에게 적절하고 조절된 사랑을 가르쳐주어야 할 것이다. 먼저 부모의 조절된 사랑을 받고 자란 아동은 자신을 조절할 줄 아는 건강하고 성숙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박노해차상숙부부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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