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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차상숙심리이야기
부산가족심리상담 , '그리운 아버지' 본문
그리운 아버지
글.박노해(마음)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마음이 어떠세요. 왠지 그립고 쓸쓸하다는 느낌이 들때가 있죠. 겨울이 시작되면서 마음이 가라 앉고 무거워 지든이, 오늘 비가 오네요. 비가 오니, 어린 시절 고향 생각이 납니다.”
겨울에 한 중턱에서 비가오는 날 어린 시절이 생각나, 시를 적어 봅니다.
겨울비
글. 박노해(마음)
비가오네요.
이 겨울에
고향 들녘에도 비가 내리겠죠.
이맘때쯤 고향엔
눈이 내렸는데....!
방학하고 아버지 따라
꾸무리한 날씨 뒤로한채
경운기 가득 짚을 무져 올때는
더 참기 어려운지
하늘은 함박눈을 토냈었죠.
하늘을 바라보노라면
왜 그리 슬픈지
어린나이에 세월의 아픔을
알았을까요?
비가오네요.
내 마음에!
아버지의 사랑이 그리워요.
어린 시절 부모에 대한 향수는 그냥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그만큼 어린 시절 추억은 너무 큰 자리가 되기 때문이다. 자녀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부모가 무지하면 자녀의 장점도 단점이 되고 만다. 모범적인 자식이 좋다고 지나치게 칭찬하면 아이는 인정받기 위해서 모범적인 행동을 집착하게 된다. 당장보기에는 좋은 행동이고 긍정적이니, 걱정이 없다. 하지만 아이가 모범적이려면 아이다운 마음은 포기해야 한다. 모범적인 태도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지나칠 때 문제가 된다는 뜻이다. 아이의 모범적인 행동이 긍정적인 아이로 비칠 수 있겠지만 ‘인정’ 받기 위해 꼭두각시 노름이 되고 만다. 그래도 부모가 지혜롭게 칭찬하면 자녀에게 건강한 도덕성 형성엔 도움이 된다. 하지만 부모가 무지하면 아이의 불안했던 감정, 두려웠던 기억, 우울했던 마음, 외로웠던 시간, 답답했던 마음 등, 무거운 마음이 아이로서는 짐이 되고 만다. 그 견딤은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그때 아이의 모습은 낯설게 느껴진다. 상처는 아픔이 두려워 치유를 꿈꾸었지만 왜곡된 저항은 치유와 거리가 먼 어색한 나를 창조하고 말았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왜곡된 사랑이 상처가 된 어느 여자의 이야기다.
“어려서 아버지는 늘 챙겨주셨어요. 외출하고 오실 때는 아빠 손에는 풀빵이라도 쥐여있었고 아니면 군밤이라도 사오 신 기억이 나요. 아빠를 생각하면 늘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지요. 위로 오빠가 있었지만 아빠는 오빠보다 저를 더 예뻐했다는 느낌이 있어요. 오빠는 말주변과 눈치가 없어 아빠는 늘 오빠를 지적하며 답답해 하셨죠. 그에 비해서 전 눈치도 빠르고 아빠가 좋아하는 점을 잘 알고 챙겼어요. 그래서 아버지는 늘 우리자매를 보며 내가 오빠와 뒤바뀌었더라면 하는 표정이 기억나요. 아빠가 오빠에 대해서 불만 썩긴 말씀을 하시고 내 눈과 마주치면 아빠는 요즘 말하는 썩소를 지었어요. 전 아빠의 그 미소가 싫지 않았지요. 사랑이 사람을 비열하게 만드나 봐요.”
사랑이라고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혜민스님은 무조건 원하는 대로 다 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하였다. 그녀가 아빠에게 받은 사랑은 오빠의 부족감으로 얻어지는 대가다. 아버지의 욕심이 아이들에겐 아픈 사랑이 된 것이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함에도 왜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까? 그 이유는 아버지도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아빠는 나에게 특별한 분이였지만 엄마에게 무능하고 오빠에게는 비난을 일삼는 엄격한 분이었어요. 오빠는 아빠 앞에 서면 부족한 아들이었지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빠는 갈등이나 부담스러운 일이 생기면 엄마에게 일을 떠넘기고 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곤 했어요. 전 그 점을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른들 모임에 절 데리고 간 이유도 아빠가 사람들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지요. 요즘은 아빠 생각만하면 답답하고 짜증이 나요. 친정에 갈 때면 아빠가 보기 싫고 날 인정해주는 말들이 진심 같지 않고 마음속에서는 울컥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그녀는 친정아버지의 사랑과 관심이 특별하다고 생각했었다. 결혼하고 남편과 갈등하면서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되었고 그 원인이 아버지의 왜곡된 사랑이었음을 알았다. 또 아버지가 은근히 자신에게 의지했음을 알고부터 얼마간 혼란스러운 시간도 보냈다. 이후부터 그녀는 아버지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다. 남편이 우유부단한 행동을 할때면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느끼고 남편에게 화풀이하듯 폭발하곤 했었다. 그녀가 느낀 남편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투영된 것이다. 남편과 연애시절,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했던 점이 좋았다. 친정아버지는 그녀를 사랑해주었지만 든든한 느낌은 부족했다. 하지만 남편은 달랐다. 늘 든든하게 그녀를 지켜주고 감싸준다는 느낌뿐 아니라, 은근히 주는 부담감도 없었다. 그녀는 남편을 완벽한 남자라고 믿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가 결혼초부터 남편에게서 아버지의 부족한 모습을 보았다. 당당하고 책임감이 강한 그러면서 자상하고 따뜻한 아버지가 있을까? 또 그런 남편이 있을까? 우리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것이 욕심이 아닐까?
사랑이 목마른 아이
부모의 사랑을 받기위해 자녀간에 벌어지는 갈등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큰 아이가 동생을 좋아하면서도 질투하는 마음은 부모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동물적인 생존본능이라고 할까?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는 ‘개인심리학’이론에서 개인의 성격유형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유형이 형성되는 조건 중에 하나가 자녀들의 형제서열과 부모의 양육태도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였다. 부모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형제자매간에 벌이는 경쟁은 생존하기 위한 치열한 몸불일지 모른다.
얼마 전 필자가 이사를 하였다. 이사를 하고 얼마후 아내가 이웃 가족과 식사할 예정이니, 일 끝내고 일찍 귀가할 것을 부탁하였다. 방학도 되고 이웃과 돈독한 관계도 관계지만 아이들끼리 어울릴 수 있도록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함이란다. 급히 서둘러 시간에 맞춰 약속장소인 식당을 향했다. 아이들은 이미 저희들끼리 친해졌는지, 식당놀이터에서 뛰고 웃으며 즐거운 모양이다. 하지만 이웃집 딸아이는 식당놀이터에 가지 않고 식탁주변을 맴돌면서 애교도 부리며 관심을 유도 하였다. 딸아이는 반응이 부족했는지, 아예 내 옆에 딱 붙어 앉아 온갖 애교를 부리며 관심을 받고자 하였다. 손도 잡고 등에 매달리면서 말이다. 그래도 필자가 무관심하게 대하니, 아이는 시무룩해지는가 싶더니, 딸아이의 관심은 옆 테이블 쪽으로 향했다. 딸아이의 엄마가 ‘안 된다’, ‘자리에 앉아라’, 몇 차례 주의를 주어도 여전히 아이의 관심은 옆테이블에가 있었다. 아이는 옆 테이블 앉은 아저씨에게 장난을 치기 시작하였다. 아이의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은 애절하고 간절하였다.
여자아이의 과잉행동의 원인는 이웃집 아빠의 아들과 차별한 결과다. 이웃집 아빠는 아들을 두둔하고 감싸며 늘 아들 위주로 의사결정을 하는 편이다. 시댁에서도 작은아이(딸)게는 무심하고 큰 아이에게 관심이 집중되니, 작은 아이의 서러운 마음은 이마 저만 아니다. 아이가 “아빠는 오빠만 좋아하잖아!” 주장하면 아빠는 “아빠가 언제”한다. 하지만 아빠는 자신의 마음을 모른다. 아들에게 더 정(情)이 가는 마음을! 아빠는 왜 그런 마음이 드는 걸까? 이유는 아빠 자신이 어린 시절 부모와 사랑이 미해결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의 미해결된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건강한 부모가 되는 필수조건이다. 아빠의 사랑이 간절한 딸아이의 결혼생활이 어떻게 전개될까? 안타까운 일이다.
난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여든을 넘기신 아버지를 볼때면 언제 저렇게 나이드셨나! 차라리 젊을때 야단치던 아버지의 모습이 그리울때가 있다. 필자가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아버지를 볼때면 마음 속으로 ‘아직 난 준비가 안됐는데! 갑자기 돌아가시면 어쩌지!’두려운 마음이 든다. 마음에 준비가 다 되기전에 이별을 맞이해야할까 해서 말이다.
아버지는 마흔에 필자를 낳았다. 그래서 아버지를 기억하는 모습은 중년이후의 모습이고 그때가 아버지의 가장 젊은 시절의 모습이다. 내가 성인이 되었을때 아버지는 벌써, 중년을 넘어 환갑이 되었다. 내가 어렸을때 우리집은 참 많이 가난했다. 부모님은 농사짓는다고 허리편날이 없었고 힘든 부모님은 갈등도 잦았다. 요즘말로 아버지는 어머니께 나쁜남자였다. 그래서 아버지는 강한사람, 어머니는 약한사람 그래서 난 약한어머니를 염려하고 걱정하다 아버지를 미워하고 거부했었다.
고향에 가면 여든을 앞둔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자식들에게 넋두리 한다. 어려서는 어머니가 불쌍하고 애처로워 안타까웠다. 하지만 마음공부하면서 어머니의 넋두리를 들어주긴 해도 안타까운 마음에 휘둘리지는 않는다.
쉰을 앞두고 아버지를 생각하니, 필자가 늦은 나이까지 결혼이 부담이 되었다. 당당한 남자가 될 자신이 없었다. 아버지를 믿을 수 없었고 아버지를 닮을 수 없었다. 추석이 지나고 일주일쯤 되었을까? 고향에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목에 염증이 있는데 종양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가슴이 철렁했다. 아직 난 준비가 안됐는데! 필자가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이별에 관한 시다.
이별
글. 박노해(마음)
이별은 아프다.
언제나 그립고 슬픈 아쉬움이 이별이다.
이별이 슬프고 그리운 건
하나에서 둘이라는 분리감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가 되고 싶어한다.
그리고 또 우린 둘이 되고 싶어한다.
하나 일땐 외롭고 둘일땐 괴롭다.
삶은 무엇인가?
아버지가 그립다. 젊은 시절 건강하고 당당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이제라도 난 아버지를 닮고 싶다. 존재에 대한 불안때문에 생존하기 위해 어머니를 집착했지만 쉰을 앞두고 보니, 이제라도 원을 남기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이 글은 2014년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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