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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부부심리상담 , '첫사랑'

p&cmaum 2023. 4. 12. 11:10

첫사랑

 

글.박노해(마음)

 

얼굴에서 편안한 미소와 자상함이 느껴진다면 누구나 좋은 사람, 부담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한번쯤 다가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그러나 어떤 부부의 미소는 서로에게 상처나 아픔을 외면하는 하나의 방어기제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 부부는 심각한 갈등으로 상담실을 내방했음에도, 너무나 담담하고 싱글벙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왜일까? 이들 부부가 심각하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이들 부부의 아동기 적응기제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아내는 '성격좋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늘 듣고 살아가는, 즉 법없이도 살 수 있는 부부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면 이처럼 법없이도 살 수 있는 부부가 왜 서로에겐 소홀하고 갈등을 겪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부부 각자 자기 자신의 미소 속에 담긴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소는 서로를 편안하게 느끼고 대하게 되는 요소로 작용하지만 지나치게 자신의 속내를 숨기고 미소만 비춘다면 그 속마음을 알 수 없다. 혹 눈치 없는 사람은 그 사람이 항상 기분이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대하다 터무니없는 봉변을 당하는 경우도 생긴다. 늘 친절한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서운하거나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참고 이해하려하지만 자신의 노력을 넘어서거나 지나치게 반복적으로 상대방의 실수장면을 대하게 되면 단절해버리는 방법으로 대처하여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늘 친절하다가 그동안 참아온 자신의 감정을 단번에 무 자르듯 단숨에 잘라버리는 것이다. 지나치게 친절했다는 의미는 상대방에게 기대가 있었다는 의미이며, 그 기대를 저버리자 자신도 단절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거부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들 부부는 남편의 첫사랑과 관계된 외도가 확인되면서 갈등이 표면화 되었다. 남편은 결혼할 당시 첫사랑이 있었지만 헤어지고 난 뒤 현재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남편은 아내에게서 여성스럽고 다소곳한 현모양처의 느낌으 느끼고부터 결혼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러한 아내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 사귀던 중 아내와 갈등을 겪게 되었다. 남편은 자신이 생각했던 다소곳한 면과 함께 자기주장도 곧 잘하는 아내의 적극적인 모습에서 사랑의 감정이 사라졌다고 하였다. 그래서 한번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 사귀게 되었는데, 아내와의 결혼을 자기 인생의 몫은 여기까지 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듯이 결혼을 선택했다고 하였다.

아내의 입장에서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남편의 입장에선 일리가 있고 설득력이 있는 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첫사랑의 여자에게서 현재 아내에게 처음 느꼈던 현모양처의 다소곳한 느낌을 느껴 사귀게 되었는데 아내와 갈등이 있고부터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연락을 주고받고 지낸 것이 이번에 탄로 나면서 갈등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하였다. 아내가 남편에게 왜 그동안 이야기하지 않았냐고 하자, 남편은 첫사랑을 아내와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내의 마음은 속이 터질 지경인 것이다. 남편이 지금까지 첫사랑을 만나 온 것도 배신감을 참기 힘들 텐데 공유하기 싫다는 말은 아내의 증오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렇다면 아내는 남편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 결혼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남편의 성실한 모습과 웃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 아내는 결혼을 결심하였다. 성실하다는 의미와 웃는 모습이 좋았다는 의미는 책임감이 있으면서 다정다감하다는 의미로 느꼈다고 볼 수 있다. 아내는 남편에게서 다정다감한 모습을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남편은 결혼과 동시에 차갑게 아내를 대했고 아내는 늘 외로움을 느끼며 지냈다. 아내는 친정아버지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고 성장했고 그러한 기대를 남편에게 가졌지만 전혀 채워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남편은 집안의 막내로 태어났지만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외도와 무능력, 무책임으로 부모님의 갈등을 지켜보며 자랐다. 어머니가 억척스럽게 살다보니 어머니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 다정하고 참한 여자가 마음에 들었다. 남편은 그러한 여성이 아니면 사랑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으며 함게 살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들 부부는 내성적이면서도 순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대인관계에서 주로 양보하고 좋은 소리를 듣는 편이지만 자신의 것을 적극적으로 챙기지는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서로에게 챙겨주고 아껴주어야 하는 것을 오히려 소홀하게 되면서 서로의 욕구가 충족되기보다 좌절되고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뿐만 아니라, 서로가 욕구충족방식이 아동기 감정양식의 형태로 강하게 나타나는데 남편은 참한 여성에게서 사랑을 느끼는 것과 아내는 성실하면서 다뜻한 남성에게서 사랑을 느기는 것이 같다.

사실 남편은 어머니의 억척스러움을 보면서 어떤 것도 요구할 수 없었고 어머니에게서 받고 싶었던 사랑을 조금은 참한 여성을 통해 욕구충족을 실현하고 싶었다. 한편 아내는 친정아버지와 같은 남자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믿고 친정아버지와 같은 남자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남편은 지나치게 여성스러운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고 공격적인 아내에게는 차갑게 대한다. 차갑게 대하는 그 자체가 공격성이라고 볼 수 있다. 아내는 친정아버지에게 받은 사랑을 남편에게 기대함으로해서 그 욕구수준이 지나치게 높다고 볼 수 있다. 부부는 서로가 사랑을 기대하고 결혼을 선택하지만 아동기의 미해결된 욕구를 성인기에 다시 충족하거나 유지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욕구충족 방식은 현재를 살고 있는 부부 각자에게 불행감만 가져다주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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