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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차상숙심리이야기
#심리상담, '부부해방은 자녀이해다.' 본문
부부해방은 자녀이해다.
글쓴이.박노해(마음)
부부 갈등은 그래도 견딜만하다. 하지만 부모-자녀갈등은 다르다. 부부는 이혼이라도 할 수 있지만 부모-자녀는 이혼도 할 수 없으니, 빼도 박도 못하는 것이 부모노릇이다. 부부관계가 좋으면 자녀의 마음도 건강해진다는 아동관련 서적에서 수 없이 언급하고 있다. 부부가 극심한 폭언이 오가고 폭력이 난무한 그런 밤을 보내고도 다음 날이면 자식이 아른거린다. 결국 법원까지 같다가도 이혼을 포기하는 이유가 자식 때문 아닌가?
부모의 고래싸움, 자녀마음 생채기 낸다.
언젠가 다큐멘터리 프로에서 고래에 대한 방영을 한 적이 있었다. 고래의 멸종을 막기 위해 환경운동가들이 고래를 살리기 위해 벌이는 사투의 한 장면이었다. 특히 문제로 부각된 점은 수많은 배를 움직이는 프로펠러[Propeller]가 고래의 피부에 상처를 내고 그 상처에 세균이 감염시키는 것이다. 세균에 감염 된 고래가 폐사되어 죽어가는 장면을 그린 자연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었다. 직접고래를 포획하지 않더라도 문명의 발전이 우연하게 고래의 죽음에 원인이 된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배의 프로펠러가 고래피부에 상처를 내듯이 부모의 갈등이 자녀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부모의 욕심이 싫다.
서른 중반의 엄마와 8살 된 남자아이가 상담실을 찾았다. 남자아이는 말이 없고 조용한 아이였다. 마치 넋을 잃은 사람처럼 말이다. 아이의 표정은 세상 다 산 사람처럼 힘이 하나도 없다. 아이가 우울증에 걸렸다. 엄마의 말이 이어진다.
"초등학교 입학하고부터 아이가 의욕이 없고 말이 없어졌어요. 1년 전에 이혼하고 아들은 제가 키웠는데 아버지는 타지에 살고 있고 전 친정인 이곳으로 왔어요. 처음에는 아이가 별 문제 없이 적응하더니 초등학교 입학하고부터 말이 없어지고 선생님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연락이 오지 않겠어요. 안그래도 걱정을 했는데 이렇게 되고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10살 된 남자아이가 우울증에 걸렸다. 아이는 부모가 이혼하기 전, 부부싸움을 자주 목격했었다. 아이가 7살 무렵, 격한 부부싸움 와중에 아버지가 TV를 부시고 베란다 통유리마저 깨지고 말았다. 잠든 아이가 놀라서 심하게 울었다. 이후에도 그런 일들이 몇 번 더 있었고 아이는 충격을 받았다. 어머니는 가슴을 부여잡고 아픔을 호소하였다.
"한번은 아이가 보는 앞에서 남편이 저에게 폭력이 가했어요. 남편은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상황을 아이가 고스란히 본 거지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어요."
부모가 안정되면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한다는 것쯤은 부모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실천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 부모가 어린 시절 받은 상처 때문이다.
삼대를 대물림하고 있다.
부모의 상처는 자녀에게 대물림 된다. 부모에게 받은 상처를 절대 대물림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쉽지 않다. 부모가 내게 준 상처를 내가 자녀에게 또다시 반복하다니, 자신의 말투와 행동에서 닮고 싶지 않은 부모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때 우리는 충격과 동시에 회의감에 빠지고 만다. 삼대를 대물림하고 있는 성현씨의 가족을 살펴보기로 하자.
김성현(가명)씨 아버지의 형제는 어머니가 다르다. 소위 말하는 배다른 형제다. 아버지가 막내이고 위로 배다른 큰아버지 자식이 3명이 있다. 성현씨 아버지는 명절이 제일 부담스럽다.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시고 형제들뿐이지만 지금도 명절에 큰집에 다녀와서는 기분이 상하고 만다. 큰아버지 형제는 언제나 아버지를 소외시키고 집안대소사를 결정한다. 성현씨 아버지는 서운하고 괘씸하기까지 하다. 아버지는 자신의 억울함을 회복하기 위해 성현씨에게 모든 희망을 걸었다. 아들이 잘되면 큰집 형님들이 자신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그래서 성현씨가 노력을 게을리 하면 날카롭게 화난 목소리로!
“넌 그것도 모르냐. 그래가지고 남자냐. 그 점수로 서울대 가겠어!”
아버지의 질타는 성현씨에게 너무 큰 상처가 되었다. 정말 기억하기 싫은 어린 시절이다. 아버지는 명절이면 큰집 다녀와서는 술을 드시고 동네 이웃과 싸움을 벌이곤 하였다. 보다 못한 엄마와 아이들이 아버지를 말리면 화는 가족에게 돌아왔다. 할아버지와 큰어머니의 형제들에 대한 억울함과 열등감을 이웃과 가족에게 푼 것이다. 정말 생각하기 싫은 기억이다.
아버지의 상처가 그에게 대물림 되었다. 그는 결혼도 아버지의 기대에 조금이라도 부응하기 위해 아버지 마음에 드는 조건의 여자를 선택 하였다. 아내는 대기업 사원으로 꽤 인정받는 여자다. 아버지는 남들에게 아들며느리 자랑을 하고 싶지만 정작 사람들 앞에서 질타를 하곤 하였다. 아버지의 그런 성향을 닮았는지 성현씨도 능력 있는 아내에게 핀잔을 주기 일쑤였다. 그는 아내에게 열등감을 느꼈다. 그래서 주 말마다 시댁을 찾아 시부모를 공경할 것을 아내에게 요구했다. 성현씨의 왜곡된 생각은 부부관계를 헤치고 말았다.
그는 결혼 초부터 아내가 시부모와 자신에게 성의가 부족하다 생각이 들면 지적하곤 했었다. 아내가 억울한 마음을 주장이라도 할라치면 능력 있다고 지금 남편 무시하느냐며 억지를 부리기도 했었다. 결국 딸은 성현씨가 키우기로 결정하고 부부는 이혼을 결정하고 말았다.
성현씨의 삶은 마치 괴물에 쫒기는 사람처럼 초조하고 조급하다. 엄마 없이 자라는 딸아이가 안타까워 억지로 엄마의 자리를 채워주고자 재혼선택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혼이후 부부갈등은 전처와는 급수가 달랐다. 전처는 참는 편이었지만 새로운 아내는 참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불평하고 주장하는 것이 아닌가? 한 대맞은 사람처럼 머리가 띵하고 가슴이 답답하다. 아내의 말이다.
“내가 전처의 자식이나 키워주기 위해 결혼한줄 알아? 나도 사랑받기 위해 결혼했다고.”
재혼부부는 첫 결혼생활을 실패했다. 그렇기 때문에 재혼을 할 때는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하지만 무의식은 의식의 잔꾀를 눈치 채고 기다렸다는 듯이 약점을 낚아 채고 만다. 억압된 마음은 미해결된 마음이다. 무의식은 직면하기 두려운 마음이다. 왜곡된 마음은 불안한 환경에 적응한 결과다. 왜곡된 적응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자동화된 패턴이 된다. 아닌 줄 알면서도 자동화된 패턴은 왜곡된 대상만 집착하고 왜곡된 대상만 사랑한다. 사랑이 병든 것이다. 이러한 왜곡된 선택은 그들의 삶을 운명의 장난처럼 불행에 춤추게 한다.
꼭두각시에서 벗어나고 싶다.
성현씨는 아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의 상처를 아들은 주고 싶지 않았다.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도 컸지만 자신의 상처가 더 컸는지, 그는 뜻과 달리 오히려 상처를 주는 아버지가 되고 말았다. 아들이 자신감이 없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 아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아들에게 들킨 아버지처럼 말이다.
20대 중반의 대학생이 상담실을 찾은 적이 있다. 그가 상담실을 첫 방문했을 때는 정신분열증 초기 증상을 보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병원에서 약물치료를 받고 있었고 심리치료는 단순히 지지치료 이상을 시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직장상사의 지시에 대한 부담감을 견디기 어려워했다. 상사는 단지 일을 지시하고 점검하고 늦어지면 독려하는 수준이었는데 그는 불안해서 견디지 못했다. 그가 느끼는 불안은 비현실적이고 매우 과장되며 왜곡된 감정이었다.
그가 상사를 어려워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어린 시절 무서웠던 아버지에 대한 억압된 마음 때문이다. 청년의 아버지는 공부에 대한 원(怨)이 많았다. 아버지는 고시공부로 10년을 세월을 보내다 가정형편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다. 이후 그는 농사를 지으며 시골에서 은둔하다시피 술로 세월을 보냈다. 아들이 중학생이 될 즘에 술을 끊고 마음을 잡았다. 아버지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서 일까? 얼마지 않아 아들이 중학교 3학년 중간고사에서 전교 1등을 하였다. 이후부터 아버지는 내재된 열망이라고 할까? 아들의 공부에 집착하기 시작하였다. 아버지는 자신의 못다 한 공부를 아들에게는 원 없이 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욕심이 과했을가? 아들은 아버지의 기대가 부담이 되어 몇 번이나 실패한 끝에 고등학교도 겨우 졸업할 수 있었다. 현재 직장을 다니곤 있지만 그는 불안하다. 직장상사의 지시나 독려가 부담스럽고 늘 걱정의 연속이다.
부부가 되었다. 부모가 되었다.
부부가 된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 이 모두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 없는 부부됨, 부모 됨은 그들에게 너무 큰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상처는 갈등과 대물림이 된다.
성현씨는 아내를 사랑할 준비가 부족했다. 자식을 키울 수 있는 준비도 부족했다. 아버지의 대리자일 뿐. 그에겐 자아가 없었다. 그래서 당당한 삶을 살지 못했다. 아내를 사랑할 수도, 자식을 사랑하는 것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아버지의 상처받은 아픔이 그의 아픔이 되고 그의 아픔이 아내의 아픔이 되었다. 또한 아들의 아픔으로 대물림시켜 주고 말았다.
성현씨가 상담받고 부터 부부의 대화는 조금씩 부드러워지기 시작하였다.
“당신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했던 같아, 내 상처가 너무 컷나봐.”
성현씨는 아내의 마음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자신의 목마름이 너무 절실했기 때문이다. 아내가 전처의 아이를 잘 키워주길 기대했던 아들의 심정이 성현씨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이다. 아들이 상처받지 않기를 원했다기보다, 자신이 받은 상처를 아들을 통해서 직면하게 되니, 그 상처를 회피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우리는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 한다. 좋은 부모가 되자면 먼저 우리는 마음에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이성적으로야 좋은 부모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억압된 무의식의 힘은 우리의 의식을 감쪽같이 속이고 만다. 우리는 그 강력한 힘을 감지도 인식도 할 수 없다. 좋은 부모의 조건은 무의식으로부터 늘 깨어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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