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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심리상담 , '인생은 전쟁터다'

p&cmaum 2023. 5. 26. 13:06

인생은 전쟁터다

 

글.박노해(마음)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

성공은 어느 누구에게나 소망이고 꿈이다. 다들 성공하고 싶어하며, 특히 경제적인 성공을 위해 노력한다. 삶에서 성공은 매우 중요하며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성공에도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하며 여유 있는 성공이 있는가 하면, 맹목적으로 오로지 성공 그 자체에만 집착하는 경우도 있다.

성공이 우리에게 투쟁이자 전쟁이 된 것은 오래된 것 같다. 성공하지 못하면 사회에서 도태되는 것으로 여겨지며, 따라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악착같이 경쟁한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경제적인 부를 거머쥐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위치에 올랐지만, 왜 허탈하고 허무하고 외로워지는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성공한 부부들은 중년에 이르러 위기를 맞이하기 쉽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건만, 그렇게 나 자신과 모든 것을 던져서 희생했건만, 왜 가족은 나에게 등을 돌리는 것일까? 그리고 나 또한 성취에도 불구하고 왜 외로움과 공허함에 빠지게 되는 것일까? 오로지 성공만을 지향한 그에게 그 성공은 성취를 위한 동기로 작용했을 뿐, 자신의 마음 속 공허함은 채울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성취동기가 아픔과 상처가 된 사람들, 그들에게 성취 이후의 삶은 무기력함과 우울증이 닥치니, 어찌 공허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에겐 아픔과 상처가 크다. 다들 그렇게 70년, 80년 산업화 시대를 넘겼다. 모두가 절박했고 애절했다. 가난과 빈곤, 아픔과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절규했다. 그 결과, 성공할 수 있었다. 경제적인 성공을 이루어낸 것이다. 성취하고 나니 내 몸은 상처투성이요, 맨살에 찢기고 할퀸 자국은 마음 속 뼈저린 공허감을 들춘다. 공허함과 우울함에 시달린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만나보자.

 사랑한 그녀에게 버림 받았다.

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적당히 산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위기로 몰고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악착같이, 그것도 완벽하게 살고자 노력하였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 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동거를 했었다. 그녀는 나에게 자상하고 따뜻한 여자였다. 단칸방에서 살림을 차렸고, 단촐하지만 행복했다. 난 그녀에게 내 마음을 다 내어보였으며 진실한 사랑을 했다. 이러한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난 열심히 일을 하였다. 그러면서 저녁 늦게 귀가하는 일이 잦았고, 그녀는 혼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그렇게 몇 달이 흐르며 조금 이상한 기류가 감돌긴 했지만 난 그녀를 의심치 않았다. 그 당시엔 토요일에도 밤늦게까지 잔업을 하곤 했지만, 어느 날 일찍 마치고 집에 갔더니 그녀의 편지가 밥상 위에 있었다. 떠난다는 편지였다. 손이 떨리고 머리가 하얗게 질려 쓰러지고 말았다.

며칠동안 그녀를 찾아 헤맸다. 결국 찾았더니, 당시 대구에서 미용실 점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거두절미하고 그녀의 손을 잡고 여관으로 들어갔다. 소주 2병을 마시고 그녀를 때리기 시작했다. 나를 버리고 떠난 것에 대한 분노였다. 용서할 수 없었다. 내가 처음으로 속마음을 내보인 여자다. 그런데 날 배신하다니, 용납도 용서도 할 수 없었다. 죽이고 죽고 싶었다. 그러나 새벽까지 그렇게 때리곤 그녀를 보내주었다. 이후 난 여자를 믿지 않았다.

아내를 만나게 된 것은 조건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내 말 잘 듣고 아이들 잘 키워주는 말 그대로 '현모양처' 를 기대했다. 결혼 이후에도 난 아내에게 내 본심을 내보이지 않았다. 아내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일에 집착했다. 귀가시간은 12시가 기본이고 늦은 시간에도 가족은 나를 위해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엄격하고 무서운 남편이요, 아버지였다. 한번은 일을 마치고 귀가하니, 아내와 아이들이 TV를 보면서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마음속에서 스르르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난 이렇게 고생하고 왔는데 어디서 여유를 부리나 싶은 분노감에 소리를 지르며 가족을 위협하고 집안 분위기를 불안하고 두렵게 만들었다.

난 성공만 생각하고 살았다.

오로지 일만 생각하고 살았다. "인생은 전쟁터다" 라는 것이 나의 신념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일을 했다. 휴일에도 집에서 쉬기만 하면 불안하다. 그래서 휴일이지만 잠시라도 회사에 다녀와야 마음이 편안하다. 아내는 그 점이 불만이다. 휴일엔 가족과 함께 외식이나 외출이라도 하고 싶지만 회사 가는 나 때문에 아내는 그런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없다. 아내가 "오늘은 가지 말고 가족끼리 외출이나 하지요." 그러면 난 "무슨 배부른 소리하고 있어,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하며 핀잔을 준다.

어려서 아버지는 폐병을 앓았다. 아버지는 늘 요강을 옆에 끼고 가래를 뱉어내곤 하였다. 그 모습이 왜 그렇게 싫던지, 그런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곁에 있던 할머니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늘 술에 취해서 어머니를 구박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주정하며 욕지거리를 하였다. 정말 창피하고 부끄러워 동네에 오갈 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할머니는 술에 취하면 꼭 어머니를 불러서 구박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난 어머니가 너무 불쌍하고 애처로워 가슴이 미어지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결심했다. 크면 어머니에게 효도하겠다고. 그렇게 난 성공을 가슴 깊이 새겨놓았다.

중학생이 될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당시 어머니는 혼자서 농사를 짓고 가정을 책임져야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신혼이었던 형님 내외는 자기들 살 길 찾아간다고 분가를 하였다. 난 용서할 수 없었다. 힘든 어머니와 우리를 두고 떠나는 형님부부에게 분개하였다. 나이는 어렸지만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중학교 졸업을 하고 대구로 갔다. 그곳에서 기술을 배우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아니다 싶어 서울로 가게 되었다. 서울에서 보험 일을 시작했다. 난 승승장구하였다. 성공을 위해 다른 무엇도 생각지 않았다. 오로지 일, 그리고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테스트하였다. 정말 가혹한 시간들이었다.

첫 사랑에 배신을 당하고 현재 아내와 결혼을 하였다. 아내를 믿지 않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속마음을 내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성공을 위해서 나 자신에게 채찍을 가하고 가족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요구하였다. 아내와 자식들에게 나는 강압적이고 두려운 존재로 자리매김하였다. 가족은 내가 귀가하는 시간이면 다들 눈치를 살피고 어려워하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늘 소릴치고 윽박지르고 폭언, 폭력을 일삼았으니, 어찌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 가장 소중한 것을 되찾았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나의 절박함은 부부의 애정과 가족의 따뜻함을 앗아가버렸다. 두려웠다. 아내가 날 사랑할까? 내가 싫다고 떠나지 않을까? 내가 경제적으로 실패하면 무능력하다고 하지 않을까하며 늘 불안하였다. 난 결혼하고 아내를 진정 사랑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식에게도 사랑을 나눠줄 수 없었다. 난 오직 성공을 위한 전투적인 삶만 살았다. 약한 아내, 약한 자녀를 인정하지 못하고 강해질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다 결국 그들을 잃고 만 것이다. 그들도 날 경계하고 멀리 하였다. 아들은 정신분열증 초기단계다.

난 완벽한 삶을 원했다. 실패하지 않는 인생, 부족하지 않고 약하지 않은 인생을 말이다. 어려서 겪었던 부모님의 삶은 나에겐 너무나 불안한 삶이었다. 술취한 할머니, 폐병에 걸린 아버지, 구박당하는 어머니, 정말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고 두렵다. 그래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이런 나의 노력 때문에 나는 현재 아내와 자식들에게 두려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되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는데.......

가족 모두가 마음의 병을 앓고 있지만, 이제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살아남기 위해 절규했던 삶에서 난 가장 소중한 가족을 잃었다. 그러나 그 고통 속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상담을 받으며 나 자신은 물론 아내의 마음 속 상처, 화병을 치유해가고 있다. 또 아들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가족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솔직해지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아내에게, 자녀에게 내 속마음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속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이렇게 즐겁고 헹복할 줄이야. 사람을 믿고 사는 것이 이렇게 편안할 줄이야. 그동안 난 나 자신을 믿을 수 없었다. 나약한 나, 포기하는 내가 될까 두려워 늘 다잡고 긴장하는 그런 삶을 살았던 내가 안타깝고 불쌍하다. 이제부터 나를 위한 시간을 내어야겠다. 우리 부부는 이제 신혼의 단꿈을 맛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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