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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부부심리상담 , '명절끝에 이혼한다'

p&cmaum 2024. 9. 20. 09:19

명절 끝에 이혼한다

 

글.박노해(마음)

 

'명절 끝에 이혼 한다'는 말이 있다. 명절이 되어 그동안 자주 못 보던 가족들을 만나면 설레는 마음과 반가운 마음이 들지만, 마음 깊이 참아둔 밑 마음도 작용하게 된다. 본래 형제자매간에는 함께 자라며 서로를 가족이라는 고리로 연결시켜주는 우애와 정(精)이 있다. 작은아이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을 때 친구가 다가오더니 작은아이를 밀치고 먼저 미끄럼틀에 오르려했다. 그러자 큰 아들이 나서서 그래도 가족이라고 "너 왜 우리 동생 밀어" 한다. 이 마음이 형제의 마음이고 가족의 마음인가 싶다. 형제는 공존해야만 서로를 지켜주고 보호해주고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형제는 매우 경쟁적인 관계이기도 하다. 마치 강아지가 주인의 사랑과 먹이를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것처럼, 아이에게 있어 부모의 사랑은 주인의 관심과 사랑, 먹이라는 보상과 같다. 그래서 형제자매간에 경쟁을 벌일 땐 서로에게 작은 혹은 치명적인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러한 지속적인 경험은 우리에게 정서적 패턴(patterns)을 형성하며, 이 패턴은 성인기에도 지속되고 대인관계방식으로 연장된다. 정서적 패턴은 부부관계, 부모자녀관계, 대인관계로 연장되면서 갈등과 조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러한 조정과정에서 우리는 전혀 새로운 패턴을 창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패턴은 결핍되고 상처받은 경험이다.

 

'명절 끝에 이혼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 5천만 민족이 대이동하는 대한민국 명절 '설', 이때 우리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가고 부모를 만나며 가족을 만난다. 뿐만 아니라 유년시절 그 정서적 경험을 체험한다. 이러한 무의식적 욕구가 형제자매간에 심리적 게임을 유발시킨다. 사랑을 독차지 했던 아들은 여유가 있지만 늘 결핍되고 부족했던 딸들은 여유가 없다. 남자 형제들 중에도 사랑받은 아들은 무심하고 무책임한데 사랑에 목말랐던 아들은 부모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아들 노릇한다고 분주하다. 자식 노릇을 잘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은 배우자와 갈등이 심하다. 자식 노릇을 잘하자니, 돈이라도 더 써야하고 시간이라도 더 내야하는 것이다. 어떤 내담자의 말을 빌면 사랑을 독차지 했던 자신과 달리 여동생들은 사랑을 받지 못했단다. 명절이나 가족 모임에서 여동생은 "아버지 생신 때 해외여행 가자, 형제들 얼마씩 각출하자"며 부모를 깍듯이 챙긴다. 부모 사랑도 받지 못했는데 사랑받은 아들보다 더 열심이다. 어른이 된 현시점에도 부모에게 사랑받기 위해, 잘한다는 소리 듣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는 것이다. 부모 사랑한번 받겠다는 치열함이 효도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뜻이다. 사실 이러한 효도는 건강한 효도가 아니다. 이러한 효도는 사랑에 대한 치열한 경쟁이고 갈등이다. 결국 어른의 마음이 아닌 어린 시절 아이들의 시기심과 질투심이 어른이 된 지금에도 갈등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30대 중반의 한 어머니 이야기다. 남편의 누나인 시댁 고모는 학교선생님이다. 성격이 엄격하고 늘 예의를 중시하며 조카들에게도 예의범절에 대해서 강조한다. 조카보고 "너 왜 고모보고 인사 안 해! 그래가지고 되겠어."라며 지적, 질책을 일삼는다. 자신이 보기에도 이런 고모의 태도가 얄밉지만 말 못하고 도리어 아이를 다그치고 면박을 주기 일쑤다. 엄마가 고모 앞에서는 할 말 못하면서 아들에게는 인사 제대로 못한다며 화풀이를 하니, 아이가 어떻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겠는가? 부모가 못하면 자식도 못한다는 말을 상기해볼 일이다. 남편도 시댁에서 주로 무시당하는 입장이다. 지켜보는 아내는 남편이 할 말 못하고 늘 무시당한다는 느낌에 열불이 난다. 하지만 오히려 할 말 못하는 남편에게 화를 낸다. 이 어머니의 경우 결국 고모에 대한 억울한 심정이 자녀갈등과 부부불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들 부부는 자기주장을 못하고 억울해하는 것일까? 또 고모는 단지 예의범절을 중시하여 그렇게 하는 것일까?

 

이들이 자기주장을 적절하게 표현하며 관계하지 못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론 가족 간에 갈등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지만, 내면적으론 갈등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의 이면에는 내재되어 있는 미해결된 감정이 있다. 부부의 얘기를 들어보면 어려서 시어머니는 남편과 고모를 두고 차별이 심했다고 하였다. 고모는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남자라는 이유로 쉽게 기회가 왔던 남동생과 달리, 자신은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곤 했다. 늘 두 번째에 해당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억울함을 느끼고 고모는 악착같이 공부하였다. 억울함 때문에 노력한 결과였는지 그녀에게도 부모에게 인정받는 영광의 기회가 왔다. 그때부터 그녀의 태도는 돌변하였다. 가족의 일에 사사건건 개입하고 간섭하였다. 결혼하고도 부모님 여행이다, 생일이다, 건강이다, 친정집 대소사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어찌 보면 효녀였지만 고모는 친정에만 신경쓰느라 자기아이들이나 시댁은 안중에도 없었다. 고모의 효도는 무의식적이지만 어린 시절 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은 상처에 대한 회복이다. 그렇다면 고모의 직선적인 말투나 지적에도 한마디 대항하지 못한 동생부부는 어떤 사정이 있는 것일까? 이들 부부는 바른 삶, 모범적인 삶, 진실한 삶에 집착하였다. 당연히 자녀에게도 그런 삶을 강조하였다. 이들 부부는 착한아이로 자랐다. 아들이었기에 누나보다 더 많은 이해와 기회가 주어졌다. 또한 그의 아내도 착한 딸로 성장하였다. 이들 부부는 사회적으로 남들에게 피해주거나 손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들이다.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이라고 정평이 나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고모(누나이자 시누이)의 지나친 간섭과 직선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말 한마디 못하는 것이다.

 

명절 끝에 돌아오는 차안에서 그들은 부부싸움을 하고 말았다. 아내는 서운한 마음에 "고모 해도 해도 너무하네. 당신 집안사람들은 왜 그래요." "우리 집안이 어때서" 결국 부부는 고모에 대한 억울한 마음을 서로에게 풀어내고 있었고, 뒷좌석에 앉아 있던 아이들은 부모의 눈치를 살피며 또 한 번 기(氣)가 죽고 말았다. 명절 끝에 싸우며 이혼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가족 사랑이란 무엇이며 형제자매간에 우애는 어떻게 해야 원만하며 건강해질 수 있을까? 건강한 가족 사랑을 하자면 우리는 자신의 내면에 관심 가져야 한다. 원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강한 사람을 효자, 효녀라고 하지만, 너무 지나친 연민과 걱정을 한다면 그것은 효도가 아니라 집착인 경우가 더 많다. 진정한 사랑과 효도는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 사례에서 남매관계인 남편(남동생)과 고모(누나)는 부모에 대한 사랑을 쟁탈하기 위한 심리적 게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에 대한 이해가 없다. 표면적으로 볼 때 고모는 조카의 인사성, 예의범절에 대해서 문제를 지적해 바르게 고쳐주려는 태도를 보이지만 그런 태도는 조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처와 위축감을 주고 사회적으로 자신감이 부족한 성인으로 성장하게 되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쉽다. 즉 마음이 건강해진다는 것, 그것이 가족 간에 사랑도 형제자매간의 우애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핵심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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