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차상숙심리이야기

부산부부심리상담 , '지독한 죄책감' 본문

카테고리 없음

부산부부심리상담 , '지독한 죄책감'

p&cmaum 2023. 10. 27. 15:34

지독한 죄책감

 

글.박노해(마음)

 

우리 주변에는 지독하게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거짓말을 했다거나 도벽을 하고 느끼는 죄책감이라면 이해라도 될법한데 누가보아도 '저렇게까지 미안해 할 필요는 없는데' 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있다. 왜 이들은 이러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일까? 지나친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그래도 친구가 오랜만에 부탁한건데', '자주 오는 식당인데 내가 참아야지',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면서 생활전반에서 미안한 감정이 앞선다. 이 정도는 그래도 약한 편이다. 정말 심각한 경우는 돈을 빌려주고도 말 한마디 못하거나, 무시를 당하고도 웃어넘기거나, 손해를 보고도 불평 한 번 못하는 등 자기주장을 못하고 자기 몫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이다. 더욱이 이러한 특징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배우자라면 답답한 감정을 숨길 수 없을 것이다.

좀 더 심층적인 죄책감에 대해 접근해보자. 40대 중반의 부인이 상담실을 방문했다. 그것도 대전에서 부산까지 말이다. 그녀는 결혼 후 대부분의 시간을 시댁과 자식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왔다. 남편은 늘 일에 빠져 있었기에 가정사 대부분은 그녀가 맡아 책임지고 해결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시댁과 남편에 대한 불만을 말하지 못하고 꾹꾹 참다가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지면 친정으로 도망치듯 왔다 다시 돌아가곤 하였다. 이번엔 그 심각성이 컸는지 보름이 넘도록 친정에서 지내다 결국 상담실을 찾았다. 그녀는 매사에 친절한 사람이다. 시부모의 지나친 요구에도 내가 부족해서 그렇지, 남편의 늦은 귀가에도 일이 바빠서 그렇겠지, 택배아저씨가 불친절하게 굴어도 바쁘니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 친구가 기분상하면 내가 뭘 잘못했나보다 하며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배려하고 자기 탓으로 생각한다. 아이들이 클 때는 그래도 참고 살았는데 근래에는 마음이 우울하고 삶이 공허해져 남편에게 그동안 참고 살아온 것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그녀에게는 체면이 중요하다.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예의 없는 행동은 용납하지 못한다. 늘 예의를 지키고 상대를 배려하는 친절한 사람이고 싶어 한다. 그녀의 이러한 태도가 적절한 수준이라면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녀는 대부분의 대인관계에서 타인만 고려하고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는 항상 뒷전이다. 그러다보니 며느리로서의 역할, 아내로서의 역할, 자녀에 대한 양육에서도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그녀지만 정작 자신을 위한 만족은 없다. 죄책감이 지나친 그녀는 내면에 낮은 자존감이 형성되어 있고 자신은 늘 부족하며 긍정적인 측면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30대 초반의 S라인의 부인과 남편이 상담실을 찾았다. 남편과 이혼하고 싶다는 그녀는, 마치 절규하듯 "제발 남편이 이혼을 허락하도록 도와주세요." 하고 간절히 부탁하였다. 그녀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이전부터 모범생이었다. 반듯하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으로 주변의 인정과 관심을 받았으며, 동생이나 가정일도 스스로 알아서 돌보고 챙겼다. 성적이 우수하여 늘 우등생으로 부모를 기쁘게 하였고 악착같이 공부해서 유학도 다녀왔다. 그리고 지금은 대학에서 전임교수직을 맡고 있다. 그녀는 어린 시절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으며, 가정환경이 열악하지도, 불화가 있지도 않았다. 단지 어려서 친정아버지가 딸이 공부를 잘한다고 생각이 들자,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 친정아버지는 공부를 많이 하고 싶었으나, 집안의 경제적인 사정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자신이 못 다한 공부에 대한 열망을 딸인 그녀에게 기대하게 되었고 그녀는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 것이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려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가 5세가 되던 해, 동생이 태어나면서 부모의 관심을 동생에게 빼앗겨 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러나 그녀는 동생을 질투하고 시기하는 대신 동생을 챙기고 집안일을 돕는 모범생의 길을 선택하였다. 그렇게 30년 세월동안 우등생으로 부모를 기쁘게 하였고 모범생으로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켰고, 직업도 부모가 원하는 직업, 결혼도 부모의 마음에 드는 남자를 골랐다. 그러나 외적으론 더할 나위 없이 완전해 보이는 그녀의 내면은 결핍 그 자체였다. 30년 넘도록 부모의 기대만을 쫓으며 살아오던 그녀는 근래에 남편을 사랑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면서 남편에게 죄책감이 느꼈고, 마침내 이혼을 결심하였다. 하지만 자신이 이혼함으로써 부모가 걱정하고 상처받을 것을 생각하면 또 죄책감이 들어 이도저도 할 수 없이 혼란스럽고 마치 늪에 빠진 느낌이다.

한여름 무더위가 식어갈 무렵 고2 남학생이 부모와 함께 상담실을 찾았다. 키도 크고 외모도 훤칠하게 잘생긴 성숙된 소년이었다. 그는 얼마 전부터 불안감 때문에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던 중 심장이 뛰기 시작하면서 구역질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그는 평소 친구들의 부러움의 살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우등생이었고, 타의 모범일 뿐 아니라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도 효자 이상이었다. 늘 부모가 힘들게 돈을 버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열심히 공부해서 부모의 노고에 보답하고 생활에서 근검절약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는 실제 친구들과 햄버거를 사먹더라도 돈이 아깝다며 인색하게 굴었다.

이 학생의 부모는 한 번도 자식에게 부모를 걱정하라거나, 공부를 열심히 하라거나 한 적이 없으며 늘 자유롭게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었다고 하였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일까? 그는 부모에게 늘 미안하다. 부족한 자식이 될까봐 늘 걱정이다. 작은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자신을 자책하고 스스로 자기징벌이라도 해야 마음이 풀리는 그런 학생이다.

학생의 갑작스러운 구토는 심리적인 부담과 긴장이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신체적 증상으로 발병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신체화 장애(somatizing syndrome)'라고 한다. 신체화 장애는 심리적인 불안과 부담이 증상으로 발병한 경우이다. 관계에서 벌어지는 심리적인 스트레스(stress)에 대한 부담감을 견디다 못해 나타난 증상이다. 남학생의 높은 성취동기는 스트레스의 원인이었고 결국 정신적인 문제로 발병한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자녀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주지 않았는데 왜 신체화 장애가 발병하는 것일까? 부모가 자녀에게 지나치게 긍정적인 자극만을 줄 경우, 자녀는 부모의 긍정적 태도를 모델링하게 된다. 그러나 부모처럼 하지 못했을 때는 도리어 자책하게 되는데, 이러한 감정들이 죄책감으로 발전하게 된다. 또 형제자매 사이에서 다른 형제들은 모범적이고 부모의 뜻에 부응하며 잘하는 것 같은데, 자신은 부족하게만 느껴질 때 자책하게 되는 것이다.

죄책감은 인간이 사회적 질서를 지켜감에 있어 법 이전에 도덕성과 양심의 밑바탕이 된다. 또한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게 하고 타인을 배려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한 정서적 감정이지만, 지나친 죄책감은 자신과 주변사람을 병들게 하며 한 개인의 인생을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박노해차상숙부부심리상담센터

051)332-58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