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동상담 , ' 밥을 잘 먹지 않아 걱정 입니다. '
“밥을 잘 먹지 않아 걱정입니다.”
부산아동청소년상담센터 오아시스
원장 박노해
선희(가명)는 밥을 안 먹는다. 식사시간이 전쟁이다. 밥을 먹이려는 엄마와 거부하는 선희 사이엔 폭언을 넘어 체벌과 폭력으로 이어질 상황이다. 엄마는 선희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꼬셔보기도 하고, 달래도 보고, 협박도 해보았다. 그러나 그 모두가 통하지 않았다. 얼마 전부터 함께 살게 된 시부모님도 선희의 밥 먹는 문제로 초 비상이다.
필자가 선희를 만나게 된 계기는 모 방송국 PD님의 요청 때문이었다. 선희를 만나기 위해 집을 직접 방문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선희가 빤히 쳐다 본다. 필자가 “안녕”하고 인사히니, “어마 저 아더씨 누우야”하는 것이다. “응, 선생님 선희하고 재미있게 놀아줄 선생님이야” 선희는 조금 경계하는 듯 하더니 어느 새 장난감에 관심을 보인다. 선희와 찰흙놀이를 시작하였다. 아이를 유심히 관찰한 결과 필자는 선희가 놀이에 대한 관심이 왕성하지만 놀이경험이 부족하고 놀이기술 또한 미숙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었다.
선희와 놀고 있으니, 선희엄마가 과일을 가져왔다. 선희가 필자에게 과일을 먹으라며 “응!”하는 것이다. 주변엔 엄마와 할머니, 며칠 전부터 함께 한 PD님과 카메라맨이 있었다. 그들은 “우리한텐 한 번도 주지 않더니, 와! 상담선생님이 좋은가보다.”하였다. 그들은 선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했다. 선희가 밥을 거부하는 것이 문제라고는 생각했지만 원인을 알지 못했다. 단지 밥을 거부하는 선희의 문제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선희가 밥을 거부하는 원인을 살펴보자. 선희부모와 할아버지, 할머니는 매우 깔끔한 분들이다. 그들은 선희가 어리다고 생각하고 밥을 먹거나 놀이를 한때 늘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깔끔한 성격 때문에 선희가 마음껏 장난감을 펼치거나 어질면 옆에 있다가 곧바로 정리하곤 하였다. 선희가 밥을 먹을 경우에도 세 살이면 스스로 숟가락질 할 때가 되었음에도 항상 떠먹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는 손녀가 어질거나 고집을 피우면 지금 버릇을 잡아야 한다며 강하게 통제하였다. 그런 기간이 6개월이 흐르자. 가족은 참지 못하고 방송국에 도움을 청한 모양이다.
선희가 상담자인 필자에게 과일을 내 준 것은 자신의 욕구를 알아주기 때문이다. 그 욕구에 맞춰 관계를 했기 때문에 호감을 갖는 것이다. 촬영을 끝내고 같이 식사하였다. 그동안 식탁엔 절대 다가오지 않던 선희가 자리에 앉는다. 엄마가 밥과 계란, 김, 김치 그 외, 몇 가지 음식을 차려왔다. 선희가 숟가락이나 포크를 사용하지 않고 선뜻 손으로 계란을 잡는다. 할머니는 “안 돼!”하며 “포크로 해야지”한다. 필자 “그냥 두세요. 아직 어리니, 손으로 먹는 재미를 느껴야지요.” 했더니, 선희가 손으로 계란 하나를 다 먹더니, 이번엔 숟가락을 잡고 밥을 한 숟가락 뜨는 것이다. 그러곤 그 위에 계란을 올리고 이번엔 김을 말려다. 다 쏟아 버렸다. 그러자 선희는 다시 밥을 뜨려고 했지만 그동안 스스로 해본 경험이 부족하여 잘되지 않았다. 그때 필자가 선희에게 “선생님 도와줄까? 했더니,” 선희가 “응!” 고개를 끄덕였다. 선희는 급속도로 기분이 좋아졌다. 밥을 입안에 가득 넣고는 입을 벌려 필자에게 보라며 자랑하는 것이다. 그동안 선희가 짜증을 부리고 밥 먹는 것을 거부하는 이유는 가족이 선희의 자발성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희의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심을 지나치게 규제함으로써 선희는 짜증이 났던 것이다. 욕구가 좌절된 선희는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느끼고 짜증과 밥먹는 것을 거부하는 것으로 자신의 화난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부모는 어린 아이들이 뭘 알까? 생각하며 아이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임신순간부터 외부세계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왕성하다. 이러한 관심과 호기심은 단순한 세상에 무엇이 있을까? 재미있는 놀이가 있을까하는 관심이 아니다. 아이들의 관심은 세상 밖에 어떤 위험이 있으며, 내가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는가하는 본능적인 반응들이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세상에 믿고 도전할 수 있도록 곁에서 지지해주고 보호해주며 기다려주는 부모의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부모는 자녀의 정서, 인지, 학습, 관계 등에 대해서 공부를 미리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모 자신의 내면 즉 정서, 사고, 행동, 가치관 등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마음공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노해차상숙부부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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